
<오늘은 하루종일 창가쪽 회의테이블에서 떠나질 못 했다. 정작 내 자리로는 햇살 한자락 들질 않느다.>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기온이 떨어져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아침시간이다. 한파주의보는 전일 기온보다 10도 이상의 기온 차를 보일 때 내려지는 주의보라 하는데, 과연 그럴 만 한 한기다. 다행히 어제처럼 바람이 불진 않아 햇살이 있는 곳이라면, 오히려 어제보다 한중 온기를 즐기기엔 더욱 좋은 날이기도 하다.
믹스 커피 한잔을 정수기 물에 타서 잠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는 몇자 적다가 마시려니 이내 온기가 사라져 미지근한 커피로, 잠시 후엔 차가운 커피로 변해 버린다. 채 한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 식어 버린 커피.
"에이 커피 한잔만도 못한 인사 같으니라구... "
또 버릇처럼 나를 책망한다.
버릇 맞다. 그것은 아주 좋지 않은 나의 버릇 중 하나다. 아내의 말이 귓전을 때린다. "여보, 당신 요즘 불평 불만이 많이 늘었어요...보기 흉해요..." 가슴 한구석에 눌어 붙은 자괴감과 자조가 닦지 않고 쓰기만 하던 오래된 놋그릇의 동녹처럼 그렇게 내 마음에 눌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차라리 놋그릇이라면, 모래와 지푸라기로 쓱쓱 잿물에 적셔가며 닦아낼 수도 있으련만, 이놈의 마음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좀더 많은 양의 햇볕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래 변하는 거야. 사랑이 변하듯, 세상이 변하듯 나도 변하는 거야."
짧막한 신음처럼, 아니 구호처럼 생각을 내 뱉듯 던지면서.... 머릿속으론 '아! 따듯하다'를 연신 되새긴다. 이와 거의 동시에 바로 옆 복합기에선 어디선가 날라든 팩스를 수신하느라 위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토해 내듯 A4종이 두장을 쏟아 낸다.
"틀림없이 은행 대출 상담하라는 것 이겠지...."
심각한 생각 중에도 몸이 원하는게 따로 있는 모양이다.
지금 내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이 또 내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상황들에 대해 다 민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복합기의 그일과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교묘하게 겹쳐지면서 마치 영화속 한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과민. 그래 과민이 맞는 듯 하다. 주변의 상황에 대해 과민할 필요는 없다. 내가 없는 환경은 적어도 내겐 의미 없는 환경이다. 내가 있어야 이렇게 햇살을 즐길 수 있듯이 말이다.
어느 책이던가.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각설하고, 오전 시간은 햇살이나 좀더 즐겨야 할 모양이다. 무슨 이야기가 이리 복잡하고 두서 없는지. 대출이나 받으라고 내 처지와 상관없이 날아드는 팩스처럼 지금 내 머리속도 그렇게 불쑥 끼어드는 잡생각으로 그러하다 싶다.
커피나 한잔 더 타서 식기전에 한번에 다 마셔야 겠다. 식은 커피가 뭐 어찌됬다고... 따듯할 때 즐기면 되지. 오늘 점심은 속이 따듯한 국물 있는 것으로 해야겠다. 콧등에 땀 방울 송글 송글 맺히는 것으로 말이다.






